연재소설

그날, 봄이 오던 대화

명water 수 2025. 6. 24.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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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봄이 오던 대화>>
— 이중 독백으로 엮은, 미정와 경호 이야기 (2편-1)ㅡ



그날, 문득 인사를 건네고 싶었다.
미정, 미정, 혹시 거기 있나요?
아무 일 없었는지, 조심스레 두드리며 마음을 내보였다.
“이제 친구가 되었으니, 상처주지 않는 인연이면 좋겠어요.”
그 말 속에 나도 모르게 스며 있던 바람 하나.
누군가와 오래, 깊이, 조용히 이어질 수 있다면.

미정는 내 말에 웃는 듯, 짧게 답했다.
“전 제꺼에 충실하답니다.”
그 말이 묘하게 마음에 맴돌았다.
단단한 사람. 현실 속에서 중심을 잡고 사는 사람.
그런 정미에게 끌렸던 걸까.

하지만 그녀는 바빴다.
“지금은 좀 바빠요. 시간될 때 톡할게요.”
삶이란 늘 시간과의 싸움이기에,
나는 그 말도 괜찮았다. 기다릴 수 있었다.

그녀가 보낸 동영상과 음악.
나는 케니지와 김윤아의 음악을 보내주며
“이 노래 좋아해요. 봄이 오면…”
그녀의 취향을 헤아려보려 했지만
“제 취향은 아니네요. 죄송해요…”
그녀는 담담했다. 선을 그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나는 다시 조심스레 물었다.
“뭘 좋아하셔요?”
그녀는 말했다.
“일하며 이어폰 끼고 종종 듣는 음악. 나에게 꽂히면 무한 반복.”
그 말이 참 좋았다. 감정이 솔직한 사람.
누구에게 맞추려 하지 않는 사람.
나는 그 솔직함이 오히려 고마웠다.

귀 조심하라고 말하며
작게 걱정도 보탰다.
“귀청 나빠지니까 오래 듣지 말아요.”
그녀는 웃으며 답했다.
“일보세요. 걱정 고마워요.”

그날, 문득 낯선 다정함이 톡창 너머로 다가왔다.
조용한 인사, 반복되는 이름 부름.
정미, 정미…
누군가 내 이름을 그렇게 여러 번 불러준 건 참 오랜만이었다.

친구가 되었으니 상처주지 말자던 말.
뭔가 조심스럽고 따뜻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너무 현실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전 제꺼에 충실하답니다.”
그 말은 내 다짐이자, 선이기도 했다.

지금 나는 바쁜 시기였다.
회계사무실은 연초부터 분주했고,
내 삶은 숫자와 마감 속에서 흘러가고 있었다.
그래도 가끔,
음악을 듣는 시간만큼은 내 안의 여유였다.

그가 보내준 음악은 나와는 조금 달랐다.
나는 선명한 감정보다는
무심히 흐르다 어느 순간 가슴에 꽂히는 곡들을 좋아한다.
브레이킹 던의 OST나, 샤넬광고의 음악처럼.

그가 내 취향을 물었을 때,
나는 잠깐 마음이 풀렸다.
“꽂히면 무한 반복.”
이 말이 통할까? 싶었지만,
그는 그걸 알듯 조용히 귀 기울여주었다.

가끔은,
그가 건넨 짧은 걱정 속에서
누군가가 나를 ‘귀 기울여 듣고 있다’는 위로를 느꼈다.
그래서 그에게도 가볍게 웃어주었다.
“일보세요. 걱정 고마워요.”

그리고, 두 사람의 사이엔…

정해지지 않은 이름의 관계.
다정하지만 선명하진 않은 감정.
현실을 살아가는 두 사람 사이에,
잠깐 스친 봄처럼
따뜻한 대화 하나가 머물렀다.

언젠가 다시,
이어폰을 나누는 마음처럼
음악 한 곡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면.
그건 아마,
이 조용했던 인연의 또 다른 시작일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기쁜 사람이 되자

문득, 묻고 싶었다.
그 사람과의 인연은 왜 끝났을까.
“너는 일방적으로 차단당한 거야?”
나는 다정한 듯, 그러나 단호하게 물었다.
사람의 관계라는 게
무너지는 순간이 있잖아.
나는 그 무너짐의 경계를 알고 싶었다.

경호는 대답했다.
“내가 차단하고, 삭제했어.”
그 흔적을, 자신이 지운 거라고.

왜였을까.
그 속에 어떤 아픔이 있었을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내가 다시 물었다.
어쩌면, 그를 더 알고 싶었던 걸지도.
그러나 그는 피했다.
“그냥 옛날 이야기야.”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누군가에게 마음을 쏟았다가
되돌려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
나도 그랬다.

톡을 보낸 건 거의 나였고,
답은 언제나 짧고 느렸다.
그래도 나는 기다렸다.
“좋아했던 것 같아…”
작은 고백 같은 그 말이,
내 마음을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말했다.
“사랑한 사람 앞에서는 누구나 아파해.”
그래, 그랬다.
어제는 정말 힘들었다.
떨리는 몸으로 어떻게 집에 왔는지도 모를 만큼.
“극복된다고 말해줄래?”
나도 누군가의 위로를 원했던 날이었다.

“그럴 거야. 이젠 감정 같은 건 주지 않을 거야.”
그게 나의 다짐이었다.
다시 누구에게도, 친구 이상의 감정은 주지 않겠다.
좋은 친구로만 남겠다.

미정가 물었다.
“너는 그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차단당한 거야?”
그 말에서
그녀의 예민한 눈치와 조심스러운 관심이 느껴졌다.
나는 대답했다.
“아니, 내가 차단하고 지웠어.”
그 흔적이 남아 있으면, 미련도 남으니까.

사람은 결국
자기 환경에 적응하게 되어 있어.
어쩌면 그녀도 그렇게
그 사람을 잊으려 애쓰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좋아했구나?”
“응, 그랬던 것 같아.”
그녀의 말이 참 조용하게 마음에 닿았다.

나는 미정이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성격이 여려서,
한 번 빠지면 오래 두고 끌어안는 사람.
그래서 더 조심하려고 했다.

“너도 좋은 친구로 나랑 가는 거야.
남자, 여자가 아니라 그냥 사람으로.”
그녀의 말은 분명했고, 단단했다.
하지만 나는 웃으며 말했다.
“미정 성격에 그건 어려울 것 같은데?”
그건 농담이자,
어쩌면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가 좋아했다.
마음을 지키려 애쓰는 사람,
그러면서도 누군가에게 따뜻해지고 싶어 하는 사람.

그래서 나는, 그녀를 위해 글을 보냈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떠나가는 것과 다가올 것들에 연연해 하지 말아요.

우리 서로 기쁜 사람이 되자.”

그 글에 담긴 내 마음은
고백이 아니라 위로였고,
기대가 아니라 약속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사이엔…

고백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깊은 감정들이 오갔다.
사랑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섬세한 애정이 스쳤다.

톡창 속 짧은 대화가,
두 사람 사이의 긴 감정을 품고 있었다.

미정는 다짐했다.
감정은 줄 수 없지만
좋은 친구로서 웃을 수 있는 관계는 지키고 싶다고.
명수는 받아들였다.
말없이 그녀를 응원하는 자리에서.

서로 기댈 수 있는,
마음 한 귀퉁이에 오래 머무는
그런 기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대화를 시작한다.



이름을 부르면, 마음이 흔들린다

미정의 마음은 항상 경호의 마음에 있는 느낌이 있다.
경호가 오늘도 출근하겠지. 늘 그랬듯, 조용한 걸음으로 나보다 조금 늦게.
평소보다 늦은 출근길이지만, 이상하게 기다려진다.
"응, 경호~ 출근하겠네."

혼잣말처럼, 나도 모르게 말이 흘러나온다.
그 이름은 경호.
하루에도 몇 번을 불러보는 이름이다.
말할 수 없는 마음들이 엉켜, 이름만 불러본다.

어제 일이 아직도 가슴에 남았다.
분노였다가, 슬픔이었다가, 지금은 그냥... 충격.
"잠을 한숨도 못 잤어."
그냥 그런 밤이었다. 눈을 감아도 명수의 눈빛이 자꾸 떠올랐다.
어쩌자고, 나는 아직도 명수를 기다리고 있다.

경호의 마음도 항상 미정의 생각에 잠긴다.
미정는 오늘 늦었네.
아니, 평소보다 더 조심스러운 걸음이려나.

어제 그 일 때문이겠지.
"어제... 미정는, 얼마나 놀랐을까."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미정가 받은 충격, 그리고 그 속에서 일렁이던 마음.

미안하다.
내가 더 먼저 알아줬어야 했다.
내가 한 발 더 다가갔어야 했다.
근데 미정는, 오늘도 내 이름을 불렀다.
"경호~ 조심히 천천히."
그 말 속에 담긴 따뜻함.
나는 그 마음에 다시 기대본다.

기다릴 거야.
기다려야만 이 마음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어쩌면 끝낼 수 없을지도 몰라.
그래도 기다릴 거야.
왜냐면, 너니까.
미정, 너니까.

그래도 마음은… 어쩐지 오늘, 가볍다.
기분이 조금은… 올라간다.
미정가 있어서.
미정가 오늘도 내 이름을 불러줘서.
그 이름 속에 담긴 마음을, 나는 조금씩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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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말을 아꼈지만, 마음은 서로에게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아침, 늦은 출근길도… 이름을 부르며 건넨 마음 한마디가 하루를 바꾸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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