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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첫 아침

명water 수 2025. 12. 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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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첫 아침,


벽에 걸린 달력의 마지막 장이
누렇게 빛바랜 채 조용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손끝으로 한 장 한 장 넘겨온 시간들을 떠올려 보면
그 안에는 웃음도, 아픔도, 내밀한 고백도
묵묵히 페이지 위에 스며 있었지요.

열두 달 중 열한 달을 보내고서야
비로소 우리는 깨닫습니다.
시간이란 그렇게 소리 없이 지나가지만
그 흔적은 늘 마음속에 선명히 남는다는 것을.

어떤 날은 벅차게 기뻤고
어떤 날은 이유 없이 고단했으며
또 어떤 날은 그저 살아냈다는 사실만으로
나 자신에게 조용히 박수를 치고 싶었던 날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수많은 날을 건너와
이제 우리는 또 다른 계절의 문 앞에 서 있습니다.

12월은 언제나 묘합니다.
끝이기도 하고, 시작이기도 한 시간.
아쉬움과 설렘이 한데 뒤섞여
단정히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흔들어 놓지요.

그래도 바라봅니다.
남은 한 달은
조금 더 다정했고, 조금 더 웃음이 많았으면.
몸이 아프지 않게, 마음이 무너지지 않게
서로를 바라보며 온기를 나누는 계절이 되었으면.

우리 가정에도 따뜻한 빛이 머물고
아침마다 작은 웃음이 피어나길.
돌아보면 고마웠던 날들이 더 많았다고
흐르는 해의 끝에 말할 수 있기를.

12월은 아직 희미한 첫 페이지로 남아 있습니다.
그 위에 어떤 시간을 더 적어 내려갈지는
아직 우리에게 달려 있겠지요.

부디, 남은 나날들
조금 더 천천히 흘러가고
조금 더 따스하게 스며들기를.
그리고 마지막 장이 완전히 닫히는 날
우리는 서로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참 잘 살아냈다.
그리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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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좋은 글> 中에서-
>이미지 출처 -<무료 및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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