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끝자락에서, 세월을 정리하다
12월의 끝자락에서, 세월을 정리하다
12월도 어느새 중순을 지나
막다른 골목길을 걷듯이
앞이 훤히 보이는 시간 속으로 들어섰다.
아무리 오래 머물러 보려 해도
이 달은 붙잡을 수 없는 속도로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달력의 하루하루는
초시계처럼 가볍게 떨어지고,
그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히 사라진다.
어제였던 날들이
벌써 한 해의 끝이라는 이름으로
뒤편에 서 있다.
돌아보면
올해도 참 많은 날을 지나왔다.
웃음으로 채운 날도 있었고,
말없이 견뎌낸 날도 있었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과
잊고 싶은 마음이 뒤섞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 것이다.
세월은 늘 그랬듯
아무 말 없이 흘러가며
우리에게 남길 것만 남겨 두었다.
12월의 공기는 유난히 차갑지만,
이 계절에는 이상하게도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한 해를 잘 견뎌냈다는 안도감,
그리고 또 한 해를
살아갈 준비를 하게 만드는
조용한 다짐 때문이다.
이제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그래서 더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
마무리란
급히 끝내는 일이 아니라,
고맙고 미안했던 마음을
차분히 정리하는 일이니까.
올해의 나에게
“잘 버텼다”고 말해주고,
내일의 나에게
“너무 애쓰지 말라”고 당부해 본다.
무엇보다
한 해 동안 무탈하게 지켜온
몸과 마음에 감사한다.
큰 탈 없이 지나온 날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복된 한 해였음을
이제야 인정해 본다.
다가오는 시간 속에서도
각자의 가정마다
웃음이 머무는 저녁이 이어지기를,
서로의 안부를 묻는 말이
부담이 아니라 위로가 되기를,
건강과 평안이
조용히 함께 하기를
마음 깊이 기도해 본다.
12월의 끝자락,
세월은 또 한 장의 달력을 접고
다음 페이지를 준비하고 있다.
그 흐름 속에서
나는 오늘도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지나간 한 해에게,
그리고 다가올 시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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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좋은 글> 中에서-
>이미지 출처 -<무료 및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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