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뜨락
세월이 머물다 가는 마음의 작은 꽃밭
나이가 든다는 것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세월만큼 마음이 깊어지고 삶이 천천히 익어가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젊은 날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작은 행복들이 이제는 하루를 살아가는 소중한 위로가 됩니다.
노년이란 지나온 시간을 아쉬워하면서도, 마음 한편에 작은 꽃밭 하나를 가꾸며 남은 계절을 조용히 사랑하는 일입니다.
창가에 작은 화분 하나를 놓아두었습니다.
아침이면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한 줌이 여린 잎사귀 위에 내려앉습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별다른 일이 없어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젊은 날에는 하루가 짧았습니다.
무엇을 이루어야 한다는 조급함에 쫓기고,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으려 앞만 보고 걸었습니다. 계절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길가에 피어난 작은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그렇게 바쁘게 살아온 세월이 어느덧 저만치 멀어졌습니다.
이제는 아침에 눈을 뜨면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이 좋아졌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하나에도 마음이 머물고, 햇살이 기울어가는 모습에서도 세월의 깊이를 느끼게 됩니다.
때로는 화분의 잎사귀를 어루만지다가 문득 그리운 이름 하나를 조용히 불러봅니다.
이제는 곁에 없는 사람, 세월 속에 멀어진 인연, 그리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젊은 날의 내 모습까지도 그리움이 되어 찾아옵니다.
그럴 때면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집니다.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면 기쁜 날보다 아쉬운 날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조금 더 사랑할 것을, 조금 더 다정하게 말할 것을, 마음을 전하지 못한 채 흘려보낸 시간들이 이제야 가슴에 와닿습니다.
그러나 세월은 누구에게도 되돌아갈 길을 내어주지 않습니다.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깊어지면 가을이 찾아오듯 우리 인생에도 저마다의 계절이 있는 것이겠지요.
젊은 날이 화려하게 피어나는 봄이었다면, 지금의 노년은 깊은 향기를 품어가는 늦가을과도 같습니다.
꽃이 진 자리에도 향기가 남듯, 지나온 삶에도 사랑했던 기억과 따뜻했던 순간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많은 것을 바라지 않게 됩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창가에 햇살이 찾아오고,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으며 누군가의 안부를 물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감사해집니다.
예전에는 큰 행복을 찾아 먼 길을 걸었지만,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머무는 작은 일상 속에 조용히 피어 있다는 것을.
화분에 물을 주듯 내 마음에도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시든 잎을 떼어내듯 오래된 미움과 서운함도 조금씩 내려놓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평범한 하루일지라도 내게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하루이기에, 남은 시간만큼은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따뜻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어느덧 창가에 내려앉았던 햇살이 조금씩 기울어갑니다.
식어가는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조용히 지나온 세월을 돌아봅니다.
참 많이도 걸어왔습니다.
웃었던 날도 있었고, 남몰래 눈물 삼켰던 날도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했던 순간도 있었고, 떠나보낸 인연이 그리워 긴 밤을 지새운 날도 있었습니다.
그 모든 시간이 모여 오늘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세월을 붙잡으려 애쓰기보다 흘러가는 시간을 다정하게 바라보고 싶습니다.
낙엽이 떨어진다고 나무의 삶이 끝나는 것이 아니듯, 머리가 희어지고 걸음이 느려진다고 마음속 봄날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오늘도 창가의 작은 화분에는 이름 모를 새잎 하나가 돋아납니다.
그 여린 생명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습니다.
노년은 늙어가는 시간이 아니라, 지나온 삶의 향기를 마음속에 천천히 익혀가는 계절인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내 삶에도 마지막 가을이 찾아오겠지만, 그날까지는 마음의 뜨락에 작은 꽃 한 송이쯤 피워두고 싶습니다.
그리운 이름 하나 가슴에 품고, 따뜻한 햇살 한 줌에 감사하며, 그렇게 조용히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느 먼 훗날, 지나온 내 삶을 돌아보았을 때…
화려하지는 않았어도 참 따뜻한 인생이었다고, 사랑하고 그리워할 사람이 있어 참 행복했다고, 혼잣말처럼 미소 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내 마음의 작은 뜨락에는 세월이 놓고 간 그리움 한 송이가 늦가을 햇살을 받으며 조용히 피어나고 있습니다.
-행복을 전해주는 사람으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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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밝은 워터수 글>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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