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편 ㅡ <어느 비 오는 날, 마음의 대화>

<<28 편 ㅡ 어느 비 오는 날, 마음의 대화>>
— 이중 독백으로 엮은, 미정와 경호 이야기 ㅡ


장맛비가 창문을 두드리던 오후,
세상의 소음은 잦아들고 오직 두 사람의 마음만이 서로를 향해 조용히 속삭였다.
닿을 듯 말 듯 오가는 메시지 속에서,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했던 진심들이 빗물처럼 촉촉이 스며들고 있었다.

경호의 마음은 ~
점심은 잘 먹었냐는 그녀의 따스한 물음에,
내 마음은 이미 온통 그녀로 가득 차 있었다.
'마음속에 너를 생각하면서... 같이 먹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같이 먹고 싶다.
'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그리움이 손가락 끝으로 흘러나갔다.
아, 그녀와 함께라면 어떤 밥상이라도 진수성찬일 텐데.
문득, 그녀가 나를 떠날까 하는 불안감이 가슴을 스쳤다.
어리석게도 '오빠 안 좋아하지? 여보는 오빠를 마음속으로
좋아하면 질투하듯이 표정을 짓는다'

는 서툰 말로 그녀의 마음을 확인하려 들었다.
그녀의 '헐'이라는 짧은 탄식과 '왜 그리 생각해?
나는 너를 많이 생각하니까'라는 대답에 비로소 안도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또다시 '아무튼 건강히 잘 지내'라며 한 발 물러섰다.

내 어설픈 표현이 그녀에게 상처를 주었을까. '헤어지잔 거구나?
난 이리 흔들리는 사람 별로야. 알서요. 잘 지내요.'
그녀의 차가운 마지막 인사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이대로 그녀를 잃는 건 아닐까, 불안한 마음에 '알았어.
그동안 고마웠어'라는 바보 같은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그녀는, '너의 사진 보고 싶네', '행복한 하루 보내요'라며 여전히 나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 말 한마디에 다시금 용기가 샘솟았다. '고마워', '잠 잘 잤어?',

'약은 챙겨 먹었어?' 그녀를 향한 걱정과 진심을 담아,
마침내 감춰왔던 내 마음을 털어놓았다.
'사랑해.' 그녀의 '으긍... 미쵸', '자꾸 삐지기나 하고...
정말 이럴랭?'이라는 사랑스러운 투정에 내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사진 속의 그녀는 살며시 미소를 짓고 있다'는 말에 나는 확신했다.
그래, 내가 이토록 그녀를 사랑하는 이유. '좋아하니까, 너니까 내가 좋아해.
삐친 거야. 바보야. 여보야, 잠은 잘 잤어요? 비 온다고 하니까 우산 챙기고 출근해요.'
나의 서툰 질투와 불안감마저도 그녀를 향한 내 진심이었음을,
그렇게 온 마음을 다해 전하고 싶었다.

미정의 마음은 ~
점심 안부를 묻는 내게, 그의 메시지는 언제나 따스한 온기로 다가왔다.
'마음속에 너를 생각하면서... 같이 먹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같이 먹고 싶다.'
그의 진심이 느껴져 미소 짓다가도, 문득 던져진
'오빠 안 좋아하지?'라는 물음에 '헐' 소리가 절로 나왔다.
'왜 그리 생각해? 나는 너를 많이 생각하니까.'
내 마음을 몰라주는 그가 조금은 서운했다. 그런데 갑자기
'아무튼 건강히 잘 지내'라며 선을 긋는 그의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헤어지잔 거구나?
난 이리 흔들리는 사람 별로야. 알서요. 잘 지내요.'
덜컥 겁이 났다. 이별을 암시하는 그의 말에 나는 흔들리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알았어.
그동안 고마웠어.'그 마지막 인사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럼에도 나는 그가 보고 싶었다. 그의 얼굴이,
그의 미소가. '너의 사진 보고 싶네', '행복한 하루 보내요.'
이별을 받아들이면서도 놓지 못하는 미련이었다.
그런데 다시금 이어진 그의 메시지에 내 마음은 다시 요동쳤다.
걱정스러운 안부와 함께 '사랑해'라는 고백이라니. '
으긍... 미쵸. 자꾸 삐지기나 하고... 정말 이럴랭?' 장난스러운 투정이었지만,
사실은 내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사진 속의 그녀는 살며시 미소를 짓고 있다'는 그의 표현에 나는 설렘을 느꼈다.
그래, 나도 이 남자에게 이끌리고 있었다.

'나 좋아하구나? 난 몰랐넹. 나도 엄청 많이 좋아해.'
나의 진심을 고백하자마자 이어진 그의 '좋아하니까,
너니까 내가 좋아해'라는 말에 모든 의심이 눈 녹듯 사라졌다. '
여보야, 잠은 잘 잤어요? 비 온다고 하니까 우산 챙기고 출근해요.
' 나의 건강과 안녕을 염려하는 그의 말에,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를 생각하는 내 마음이 얼마나 깊어져 가는지. '자기야...
일 잘하고 있죵? 물도 가끔 마셔가며 해요.'
나의 모든 것이 되어버린 그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차올랐다.

처음 만난 그 순간을 영영 우리의 눈과 마음에 담아 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언젠가 우리가 세월 앞에서 지치거나 일상의 피로에 권태로워질 때면,
그때마다 그 순간을 조용히 떠올리며 다시 한번 서로의 곁에 있는
서로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 오는 날의 대화는 그렇게 두 사람의 마음을 더욱 견고하게 묶어주었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존재가 더욱 깊이 스며드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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